[독서 기록] 죽고싶지만 떡볶이는 먹고싶어

 

 

 

 

   죽고싶지만 떡볶이는 먹고싶어. 백세희

 

 

처음 책 표지를 보자마자 호기심에 들게 되는 책인 것 같다.

하지만 다른 책에 밀려 늘 서점에서 그자리 그대로 두고 왔었는데

좋은 어플(밀리의 서재)을 만나게 되면서 폰으로 읽어보게 되었다.

 

1.

 우선 전개방식이 부록을 제외하곤 대화내용이다. 마치 대본을 읽듯이 빠르게 읽어나갔고 마치 단막극을 한편 보는 것 처럼 몰입했다.

그리고 나는 '나'에도 공감을 했지만 의사의 말을 유심하게 봤던 것 같다.

학부생활때 정신간호학 시간은 재밌었지만 힘들었던 시간이었다. 이론시간에는 정신질환의 원인, 치료방법, 그리고 아주 특이한 케이스들 까지 책으로 공부를 한다. 딱딱했다. 하지만 실습은 긴장감과 불안함이 많았다. 그때도 정신간호학도 실습이 중요한 과목 중 하나가 아닐 까 생각이 들었었는데.. 이유가 내가 무슨 말을 하고 어떻게 대응하느냐에 따라 환자의 당장의 상태에 영향을 끼칠 수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지금은 그때 배운 의사소통 기법에 대해 잘 생각나진 않지만 이 책을 읽으면서 많이 그때의 의사소통 기법이 떠올랐다. 물론 의사 본인은 많이 부족했다고 하지만 .. 나는 전문가가 아니라서 잘했다 아니다를 판단할 수는 없기에..

 

2.

위로제

최근에 친구가 힘들어했다.

힘을 주고 싶은데, 위로를 제대로 해주고 싶은데 말만 쉽고 애먼 말만 쏟아내는 것 같아 오히려 친구한테 미안할 정도였다.

하지만 심적인 힘듦에는 정확한 효약은 없는 것 같다. 책에서 보는 것 처럼 말하면서, 쏟아내면서 스스로 해답을 찾을 수 있는 것도 정말 좋은 방법인 것 같다. 아니면 말을 한다는 그 자체만으로도 속이 시원하니까.

읽으면서 나한테도 위로가 많이 됐다. 공감가는 내용이 중간 중간 있었는데 내가 상담을 받는 것 처럼 씻겨 내려가는 것 같았다.

 

3.

그런데 날 너무 착한 사람, 혹은 답답한 사람처럼 보는 듯해서 마음이 후련하면서도 불편해졌다.
영화 모임에서는 선생님 말처럼 내 스타일이 아니었고 별로였다는 평을 했다. 녹음한 걸 들어보니 구구절절 잘도 말했네. 어쨌든 겨우 세 번째 상담이고 많은 게 달라지지는 않았지만, 나아지는 과정이라고 생각하기로 했다. 아직 집에 혼자 있을 땐 한없이 남과 나를 비교하며 내 보잘것없음을 자책하고 힘들어하지만, 그 강도가 조금은 얕아진 느낌이다.

 

서른다섯의 내가 스물여덟의 나를 보면 어떨까, 스물여덟의 내가 스물의 나를 보면 어떨까. 과거의 나를 만난다면 그렇게 애쓸 필요 없다고 꼭 말해주고 싶었는데.
아무것도 없던 때, 미래도 대학도 돈도 없어 독서실 총무를 했던 때, 편입시험을 앞두곤 새벽 여섯 시부터 헬스장 카운터 알바를 했던 때, 거울 속 내 모습이 흑백사진 같았던 때, 그때의 내가 지금의 나를 상상이나 했을까? 대학도 졸업하고, 가고 싶은 출판사에 가서 하고 싶은 일을 하고 있는 나를 보면 얼마나 반가워할까?

나는 충분히 열심히 살았다. 그리고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하며 산다. 과연 이게 원하는 일일까라는 불안은 없다. 다만 더 잘하고 싶을 뿐. 그것만으로도 충분한데, 왜 자꾸 더 높은 곳만 보며 나를 괴롭혀왔을까. 스무 살의 내가 지금의 나를 만나면 아마 울 거 같다. 그래 이 정도면 충분하다.

 

 

18일 쯤 2번째 발췌 내용을 읽고 친구들에게 보내줬었다.

근데 그 후엔 내가 저 문구로 위로를 받는 중이다.

 

4.

처음엔 죽고싶은데 왜 떡볶이를 먹고싶을까 생각을 했었다.

읽어보니 알 것 같기도 하다. 진짜 죽을 만큼 힘들어서 죽고 싶어도 살고 싶은게 아닐까. 난 그렇게 생각된다